Like standing before a fire, looking across to the other side
우리의 눈은 움직이는 대상과 빛이 일렁이는 찰나의 순간을 고정해서 볼 수
없다. 카메라는 그 순간을 화면 안에 붙든다. 확대되어서 화질이 깨지거나
흔들린 채 찍힌 이미지들은 모든 것이 고정되어 선명하게 주어진
이미지보다 불안정하게 느껴진다. 형태를 제대로 알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리고 이 불안정한 형태를 ‘캔버스에 어떻게 옮겨야 하는가?’라는
문제가 발생할 때, 나는 물감을 칠하고, 퍼뜨리는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는
방식으로 작업하기를 택한다. 물감이 여러 겹의 얇은 베일처럼 모호하지만
두껍게 쌓인다. 이때 물감과 붓이라는 재료가 사진에 나타난 우연적
요소(빛의 반사, 화각의 왜곡, 움직임을 포착하기 위한 카메라의 노력)를
그림으로 바꾸고 회화성으로 다시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