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쓸모가 없는 것들이 그림에 등장하며 '얼음 아래 흐르는 물'이라는
비유를 통해 위태로운 감각을 전달하고자 한다.
I usually arrange seemingly useless objects in my paintings to convey
the feeling of danger through the metaphor of “water flowing beneath
the ice.”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고 감춰진 것을 채집한다. 그것은 내가 딛고 있는
단단한 땅을 깨트리고 일상에 균열을 가져올지도 모른다. 경계가 뚜렷하지
않고 흐릿한 대상들을 기존 배경에서 분리하여 새로운 맥락에 던지거나,
내가 낯선 곳에 놓여진 경험을 그리기도 한다. 주로 쓸모가 없는 것들이
그림에 등장하며 '얼음 아래 흐르는 물'이라는 비유를 통해 위태로운
감각을 전달하고자 한다. ‘얼음 아래 흐르는 물’은 물이 얼 정도로 시린
감각, 아주 차고 어두운 물이 흐르고 있어서 밟고 선 얼음이 깨지면 그
물살에 휩쓸릴 것 같은 아슬아슬한 감각을 연상하게 한다. 이전에도
은은하게 마음 속에 깔려 있었지만, 이런 불안이 직접적으로 떠오른 계기는
갑작스러운 입원 경험 때문인 것 같다. 전에도 박제, 묘비장식과
같은 것에 관심을 갖고 은연 중에 죽음에 관한 것이 그림에 드러났다.
그림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하늘은 밝으면서 잿빛을 띈다. 아주 큰 비바람이
오기 전의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깨지기 쉬운 얼음처럼 위험을
감추고있다. 비현실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질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캔버스 위의 대상들은 붓질을 퍼뜨려서 흐리게 처리했다. 경계가 뚜렷하지
않아서 흔들리고 쉽게 사라질 것 같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화면 안에
대상들이 단단하게 올라가 있는 느낌보다는 납작하고 흐리게 그리는 것이
지금의 나에게는 자연스럽다. 최근에는 파편적인 이미지들을 눈으로 보거나
사진으로 촬영하여 화면 안에 편집하는 작업방식과 그렇게 했을 때
발생하는 틈과 서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