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세요
몰라 뵙겠습니다만 꽤나 귀엽게 생기셨네요
What meaning did these little guys carry?
우리 집 냉장고 문에는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사온 기념품 자석들이 붙어있다. 싱가포르 머라이언 파크의 사자상, 베트남 전통 의상을 입고 빙그레 미소 짓는 여자아이가 그것이다. 최근에 하나 추가되었다. 가족 여행을 한 번 더 다녀왔기 때문이다. 잘 만든 명품이어서 특별히 간직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조야하다.

냉장고 자석을 비롯해, 이 기념품들을 몇 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렇다. 관광지의 요란한 잡화점, 일회성 장식용품, 뒷면은 Made in China. 일단 기념품을 제작하는 공정에 들어서면 우리의 유산은, 한갓 사냥감이 된다. 가장 흔하게 포획되는 경복궁을 예시로 들어보자. 경복궁의 얼굴이 어디냐 하면, 광화문과 근정전이다. 실제로 경복궁이라는 이름을 단 채 두가지 요소가 지겹도록 재-재-재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복궁을 구성하는 나머지는 무참히 솎아내진다. 살아 남았다고 안심하기엔 한참 이르지, 듣도 보도 못한 형광빛의 단청을 보고 있자면, “누구세요?” 한 마디가 입 안에서 맴돈다. 아무래도 경복궁을 기념한다기엔 역부족이다. 마음만 먹는다면 인사동에서도 현무암 돌하르방 장식품을 구매할 수 있으니(사실 현무암을 흉내 낸, 구멍이 제법 뚫린 점토다). 제작의 미감부터 끌어 올려야 할지, 지역의 고유성과 획일화 문제부터 뜯어 고쳐야 할지, 참으로 막막한 상태이다.
그러나 시야를 조금만 더 넓혀보면 어떨까? 인사동과 제주도에서 싱가포르-베트남-대한민국으로. 기념품의 가장 큰 특징은 공간에 관계 없이 녹아들 수 있다는 점이다. 기념품들이 복작복작하게 깔린 가판대가 길거리에 늘어선 풍경은 지구상의 어떤 여행지라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의 평평한 디자인과 만듦새는 우리가 암만 낯설어하던 곳도 친숙하게 만들어준다 ; “어쩜, 기념품들은 다 똑같냐~?”. 그리고 공통적으로 못생겼고 다들 비슷한 수준으로 귀엽다. 더군다나, 생기다 말면 좀 어때? 그래서 더 좋다는 거야. 나는 요런 아름다움도 세상에 필요하다고 믿는다.

그래서 물색한다, 대한민국을 기념한다는 냉장고 자석들을. 자격은 깐깐하게 따지지 않는다. 그리고 이것들을 기존의 것처럼 이리저리 조합해본다.(왜, 한 도시나 국가를 대표하는 아이콘들을 한데 그러모아 놓은 냉장고 자석들 있잖아요?) 그 다음, 그렇게 완성된 이미지를 매끄러운 바탕 위에 색연필로 옮긴 뒤 마감제를 여러 번 덧발라 아주 밀봉한다. 그리하여 이것은 한국의 기념품들로 재구성한 완전한 한국...이라고는 할 수 없고, 차라리 새로운 한국풍의 기념품 정도는 된다.
한곡
ㄱㅜㅕㅇ복궁
경복귱
경븍궁
경북궁
깅복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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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소은 Soeun Chang
soeuncha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