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ll worlds close by, yet requiring a closer look.
‘기생’은 한 생물이 다른 생물에 의존하여 영양분을 빼앗아 살아가는 방식을 의미한다. 하지만 다른 생물과의 밀접한 관계 속에서 기생하는 생물이 득을 주거나 적어도 해를 끼치지 않으면 ‘공생‘이라 말한다.
나의 작업에서 표현된 바이러스는 세포에 기생해 공생의 삶의 방식을 찾아가는 존재이다. 바이러스는 자가복제와 변이를 통해 생존하고, 세포는 이에 대응해 면역체계를 활성화하여 생존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며 서로에게 적응한 두 존재는 공생하는 관계가 된다. 나는 이러한 '기생'에서 '공생'으로 가는 역동적인 과정에 주목하며 작업을 시작했다.
투명한 실크 위에 그려진 이미지는 겸재 정선의 <혈망봉도>와 Qiu Ying의 산수화 구도를 차용한 것이다. 그리고 작품 중간에 보이는 이질적인 서울역의 이미지는 근현대의 발전과 이미 자연 주위에 깊숙이 침투해 그 변화가 진행되어가는 과정의 의미다. 자연의 풍경에 스며든 듯 새겨진 무늬는 한옥의 단청 패턴으로, 자연(세포)과 인공(인문, 바이러스)의 조화(공생)를 추구하고자 한 과정의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