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éjà-vu Station
나를 스쳐 지나가는 모든 것들에게
To all the things that pass by me
불문과에서 우스갯소리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다 읽은 친구가 있을까-라는 질문을 심심찮게 던진다. 악명 높은 분량으로 유명한 이 책은 홍차에 적신 마들렌 향을 맡은 주인공이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는 내용이다. 여기서 마들렌은 단순한 과자가 아니라 시공간을 넘어 경험이나 생각을 촉발시키는 매개체인 것이다. 우리는 저마다의 ‘마들렌’을 가지고 있다. 때로는 과일 한조각, 때로는 노래 한 곡을 매개체 삼아, 행성 사이를 유영하는 우주선처럼 현실에 묶인 몸은 잠시 잊고 여러 시공간이 뒤엉킨 ‘잡념의 시간’에 빠지는 것이다. 이번 졸업작품에서는 이렇게 생각과 기억을 불러오는 ‘연상 행위’를 우주 탐사에 빗대어 표현하고자 했다. 화면 속 우주는 의식을 시각화한 공간으로, 그 우주에는 기억을 담은 다양한 사물과 인물들이 소행성처럼 자유롭게 유영하고 있다. 이 오브제들은 흘러가는 시간 속 흐려지는 기억의 한계을 반영하듯 현실에서의 색채나 형태를 온전히 간직하지 못한 상태이다. 오브제에 담긴 기억들은 지금도 불안정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더더욱 흐려질 것이다. 마치 행성들이 저마다의 공전 주기를 따라 점차 지구에서, 기억에서 멀어져 가듯. 결국 모든 게 흐려진다면 ‘지금’이 가장 과거와 맞닿은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Deja-vu Station’에 잠시 멈춰서서 앞으로 더 흐려질 기억의 행성들을 관찰해본다. 온전하진 않지만 과거와 가장 가까이 존재하는 ‘지금’이 언젠가 멀어질 모든 것과 함께할 수 있는 유일한 순간임을 기억하면서.
Déjà-vu Sta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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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Yujin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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